전 세계 식문화 속에서 한식(Korean Food)은 점점 더 강력한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K-푸드’라는 이름 아래 김치, 불고기, 비빔밥 등이 세계 각지의 식탁 위에 오르고 있으며, 한식은 단순한 음식 이상의 문화 콘텐츠로 확장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세계적인 흐름의 출발점은 어디였을까? 한식 세계화의 여정을 역사적, 정책적, 문화적 측면에서 조망해보고자 한다.
1. 한식 세계화의 전초전, 재외동포의 식탁
한식 세계화의 기원은 정부 주도의 프로젝트보다 훨씬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바로, 해외로 이주한 한국인들의 식탁에서 시작되었다. 1960~1980년대 미국, 일본, 독일 등으로 이주한 교포들은 현지에서 가족의 식사를 위해 김치, 된장, 고추장을 직접 담그고, 한국 전통방식으로 요리를 해왔다.
이들의 삶은 한식의 씨앗을 세계 각지에 뿌리는 역할을 했다.
특히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뉴욕, 일본 오사카 등의 코리아타운(Korea Town)은 한식의 거점으로 성장했다.
교포들이 운영하는 한식당은 한국인뿐 아니라 현지인들의 발길도 이끌며, 자연스레 한식의 맛과 문화가 외국에 전파되기 시작했다.
2. 문화 콘텐츠와 함께 성장한 K-푸드
2000년대 들어 한식은 단순한 민간 차원의 전파를 넘어 문화 콘텐츠와 융합되며 폭발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한다. 특히 K-팝과 K-드라마의 세계적 인기가 기폭제가 되었다. ‘대장금’, ‘겨울연가’, ‘별에서 온 그대’ 등 한국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음식들은 외국인들의 한식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가령, 드라마 ‘대장금’은 조선시대 궁중요리의 섬세함과 절제미를 소개하며 아시아권에서 한식의 위상을 높였다.
일본, 중국, 대만에서 방영된 이후 관련 음식 강좌와 한식 전문점이 빠르게 확산된 것도 이 시기의 대표적인 현상이다.
3. 정부의 ‘한식 세계화’ 정책과 국제 전략
2009년, 대한민국 정부는 본격적인 ‘한식 세계화’ 정책을 추진한다. 당시 농림수산식품부를 중심으로 ‘한식 세계화 추진단’이 발족되었으며, 목표는 ‘한식을 세계 5대 음식으로 성장시키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조리법 표준화, 한식 요리학교 설립, 외국어 메뉴 개발, 해외 요리대회 참여 등이 진행되었다.
또한 유학생과 외국인 대상 한식 체험 프로그램, 해외 유명 셰프 초청 한식 강연 등이 이어졌으며, 특히 미슐랭 셰프와의 협업은 한식의 고급화에 크게 기여하였다. 이러한 전략은 프랑스, 미국, 영국 등 미식 문화가 강한 국가에서 한식을 고급 레스토랑 메뉴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되었다.
4.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한 한식 프랜차이즈
한식 세계화의 또 다른 동력은 프랜차이즈 시스템이다. BBQ, 비비고, 놀부, 한촌설렁탕 등의 브랜드는 체계적인 브랜드 전략과 로컬 맞춤형 메뉴로 해외 시장을 적극 공략했다. 특히 CJ의 ‘비비고’는 미국, 중국, 유럽 등지에서 냉동식품 및 레스토랑으로 성공적인 진출을 이루었다.
비비고는 한식의 이미지 중 ‘건강함’과 ‘균형 잡힌 식단’을 강조해 외국 소비자들에게 차별화된 브랜드로 각인되었다. 실제로, 2020년 미국 LA 다저스타디움에서 비비고가 공식 파트너로 참여한 사례는 K-푸드가 대중문화와 어우러질 수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5. 코로나19 이후, 건강식으로 주목받은 한식
2020년 팬데믹 상황 이후, 전 세계적으로 면역력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 시기 한식은 ‘발효식품’, ‘채소 중심’, ‘저지방 조리법’ 등의 특성을 내세워 새로운 조명을 받게 된다. 김치의 항바이러스 가능성에 대한 연구가 외신을 통해 소개되며, 한식은 단순한 맛을 넘어 과학적, 기능적 측면에서도 경쟁력을 갖추게 되었다.
또한, 온라인 쿡방(요리 방송)과 SNS를 통해 한국 요리를 직접 해보는 외국인들의 콘텐츠가 급증하면서, 한식은 ‘소비’에서 ‘체험’으로 그 위상이 이동하고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한식의 지속가능한 세계화를 이끄는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6. 앞으로의 과제와 전망
한식은 이제 더 이상 국내에 머물지 않는 세계적인 콘텐츠다. 하지만 지속적인 세계화를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가 남아 있다.
우선, 표준화의 정착이 중요하다. 동일한 한식 메뉴라도 국가별, 지역별로 맛과 재료가 달라 혼란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현지화 전략과 전통성의 균형도 필요하다.
해외에서의 성공을 위해서는 현지인의 입맛에 맞추는 유연함과 동시에 한식 고유의 정체성을 지켜내는 지혜가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한식 셰프 및 연구 인력 양성에 지속적인 투자와 제도적 지원이 병행되어야 한다.
세계인의 식탁 위에서 당당히 인정받는 한식을 만들기 위해, 교육과 인프라 구축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한식의 세계화는 단순한 음식의 전파가 아닌, 한국의 문화와 정체성을 세계에 알리는 여정이다.
그 출발점은 평범한 이민자들의 식탁이었고, 드라마와 K-팝을 통해 대중화되었으며, 국가적 정책과 민간의 노력이 함께 어우러지며 지금의 위치에 이르렀다.
향후에도 한식은 맛과 건강, 문화를 아우르는 세계적 식문화로서 진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