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자기주도 학습의 허와 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아이들의 학습 방식은 급변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교사나 학원이라는 정형화된 공간에서 지식을 주입받는 형태가 일반적이었다면,
이제는 인터넷 강의, 유튜브 학습 채널, 학습 앱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혼공’(혼자 공부하는 학습)이 대세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른바 ‘혼공시대’가 도래한 것입니다.
혼공은 학습자 스스로 학습을 계획하고 실행하며 평가하는 자기주도 학습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그러나 많은 부모와 아이들은 이러한 자기주도 학습의 도입 단계에서 혼란을 겪습니다.
아이에게 단순히 ‘혼자 공부하라’고만 지시할 뿐, 어떻게 자신만의 학습 경로를 설계하고 지속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결국 아이들이 학습 의욕을 잃고 헤매거나, 비효율적인 학습에 시간을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하곤 합니다.
문제는 여기에 있습니다.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는 것을 넘어, 자신이 무엇을 배우고 싶고, 어떻게 배울 것이며, 무엇을 얻을 것인지에 대한 전반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능력이 부재하다는 것입니다.
즉, 혼공시대에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겉으로만 번지르르한 자기주도 학습이 아니라, 아이 스스로 자신의 학습 여정을 체계적으로 조직하고 관리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학습 설계력’입니다.
2. 학습 설계력 부재가 초래하는 비효율과 그 본질
2.1. 학습 설계력 부재가 낳는 비효율적인 학습의 단면
학습 설계력이 부족한 아이들은 흔히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드러냅니다.
예를 들어, 시험 기간이 되면 무작정 문제집만 반복해서 풀거나, 인터넷 강의를 끝없이 시청하는 데 집중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행동은 대개 구체적인 목표 의식이나 효율적인 전략 없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강의를 듣더라도 핵심 내용을 파악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구성하려 노력하기보다,
그저 완강했다는 사실 자체에 만족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또 다른 예로, 어떤 아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과목에만 몰두하고 취약 과목은 등한시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전체적인 학습 균형을 고려하지 않은 채 자신의 흥미에만 따라 학습을 진행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장기적으로 학습 효율성을 저해하고, 특정 분야에만 편중된 지식을 형성하게 만들어 학습 격차를 심화시키는 원인이 됩니다.
결국, 학습 설계력의 부재는 단순히 성적 저하를 넘어, 학습에 대한 무기력감과 좌절감을 유발하며, 나아가 학습 자체에 대한 흥미를 잃게 만드는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2.2. 학습 설계력의 핵심 구성 요소
그렇다면 학습 설계력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할까요? 이는 크게 네 가지 핵심 요소로 구성됩니다.
- 목표 설정 능력: 자신이 무엇을 왜 배우는지 명확히 설정하고, 구체적이고 측정 가능한 목표를 수립하는 능력입니다. 단순한 ‘공부’를 넘어 ‘어떤 지식을 얻고 어떤 능력을 키울 것인가’를 구상하는 것이죠.
- 전략 수립 능력: 목표 달성을 위해 어떤 학습 자원을 활용할지, 어떤 학습 방법을 사용할지, 어떤 순서로 진행할지 등 최적의 학습 경로를 계획하는 능력입니다.
- 실행 및 관리 능력: 수립된 계획에 따라 학습을 꾸준히 실행하고,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유연하게 대처하며 시간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능력입니다.
- 성찰 및 피드백 능력: 학습 과정과 결과에 대해 스스로 평가하고, 부족한 점을 파악하여 다음 학습에 반영하는 능력입니다. 이는 자기조절 학습의 핵심입니다.
이 네 가지 요소가 유기적으로 작동할 때, 아이는 비로소 수동적인 학습자에서 능동적인 학습 설계자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학업 성취도를 높이는 것을 넘어, 평생 학습 시대에 필요한 자기 성장 동력을 마련하는 중요한 기반이 됩니다.
3. 해석 및 제안: 학습 설계력 강화를 위한 구체적인 지원 방안
3.1. 아이의 ‘앎’을 위한 질문 던지기
학습 설계력을 키우기 위한 첫걸음은 아이가 ‘왜 배우는지’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도록 돕는 것입니다.
부모는 아이에게 일방적으로 지식을 주입하기보다, 다음과 같은 질문을 통해 아이 스스로 생각하고 학습의 목적을 명확히 하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 “이번에 배우는 내용은 너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 “이 내용을 통해 무엇을 얻고 싶니?”
- “어떻게 하면 네가 이 내용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을까?”
이러한 질문은 아이가 학습에 대한 주체적인 태도를 형성하고, 자신이 배우는 모든 것이 개인적인 의미를 가질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이는 학습의 동기를 내면화하는 중요한 과정입니다.
3.2. 목표를 세우고 학습 계획 시각화하기
아이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계획을 세우는 훈련이 필수적입니다. 처음에는 거창한 계획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작은 단위의 목표(예: 이번 주까지 수학 문제집 몇 쪽 풀기)부터 시작하여, 구체적인 달성 기준을 세우고 이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학습 플래너 작성, 학습 목표 보드 만들기 등이 좋은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국어 시험 90점 받기"와 같은 막연한 목표 대신, "이번 주에는 비문학 지문 5개 독해 연습, 틀린 문제 오답 노트 정리"와 같이 과정 중심의 목표를 설정하도록 지도해야 합니다.
부모는 이 과정에서 아이의 현실적인 능력과 시간을 고려하여 조언하되, 최종 결정은 아이 스스로 내리도록 존중해야 합니다.
3.3. 학습 과정에 대한 메타인지 능력 함양 돕기
학습 설계력의 핵심 중 하나는 자신의 학습 과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평가하는 메타인지 능력입니다.
아이가 학습 후 스스로 질문하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오늘 공부는 어땠니? 잘된 점은 무엇이고, 아쉬운 점은 무엇이니?”
- “무엇이 어려웠고, 어떻게 해결했니?”
- “다음에 이 부분을 공부할 땐 어떤 점을 다르게 해볼까?”
이러한 성찰은 아이가 자신의 학습 습관을 파악하고, 비효율적인 부분을 개선하며, 효과적인 학습 전략을 찾아 나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실패를 단순히 좌절로 여기지 않고, 성장의 기회로 삼는 태도를 길러줄 수 있습니다.
3.4. 부모는 ‘감독’이 아닌 ‘조력자’ 역할 수행하기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의 역할 변화입니다.
부모는 아이의 학습을 일일이 감시하고 통제하는 감독관이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학습 설계자가 될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이자 멘토가 되어야 합니다.
아이가 학습 설계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 필요한 정보와 자원을 제공하고, 성공 경험을 통해 자신감을 얻을 수 있도록 긍정적인 피드백을 아끼지 않아야 합니다.
때로는 아이의 계획이 완벽하지 않거나 시행착오를 겪을 수도 있습니다. 그때 부모는 조급해하기보다,
아이가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할 시간을 주어야 합니다.
작은 성공이라도 크게 칭찬하고, 실패로부터 배우는 과정을 격려함으로써 아이는 점진적으로 자신의 학습을 온전히 책임질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학습 설계자로 성장하게 될 것입니다.
혼공시대의 진정한 승자는 단순히 많은 지식을 습득한 아이가 아니라, 자신에게 필요한 지식을 스스로 설계하고 습득하며, 끊임없이 발전해나갈 수 있는 ‘학습 설계력’을 갖춘 아이입니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이 중요한 능력을 키워나가는 여정이 되기를 기대합니다.